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승승장구’ 중이다. 전 세계 1분기 수주 실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선의 호조가 ‘K-조선’의 수주 싹쓸이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마냥 웃기엔 이르다. 많은 수주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으로 정작 선박 건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다. 조선업 라이벌인 중국이 천연가스 수출 통로가 줄어든 러시아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큰 것도 우리나라엔 악재다.

8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3월 457만CGT(97척)를 수주했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CGT(259척)의 49.7%에 달한다. 라이벌 중국(386만CGT·42%)을 약 8% 포인트 앞선 실적이다. 한국이 1분기 수주량에서 중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한 것은 클락슨리서치가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이 압도적 우위다. 대형 컨테이너선(1만2000TEU급 이상) 38척 중 21척(55%)을, 대형 LNG선(14만m³ 이상) 37척 중 26척(70%)을 수주했다. 두 부문은 한국의 주력 선종이다. 특히 대형 LNG선 수요는 1분기 296만 CGT로 전년 동기 대비 1641%나 상승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와 국내 조선업계의 LNG선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조선 빅3인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수주는 약 132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연간 목표액의 37.5%를 달성했다. 2분기 이후에도 이들의 수주 전망은 밝다.  3사는 곧 계약이 본격화될 카타르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량 수주가 기대된다.

그러나 속사정은 걱정스럽다. 조선업계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중이다. 최악의 ‘수주 절벽’ 기간으로 불렸던 2016년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최저 수주량을 기록하며 이뤄졌던 대규모 구조조정 영향이다. 당시 예고됐던 인력 유출 문제가 조선업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업종 활황기였던 지난 2014년 20만3000명에서 2021년 말 9만2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9월경에는 약 9500명의 생산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협회는 전망했다. 최근 대규모 수주 릴레이로 선박 착공이 본격화 돼야 하지만, 정작 선박을 건조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상반기 채용 인원인 800여명 중에 조선 분야는 많지 않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로는 곧바로 매출이 잡히지 않는 수주와 고정 비용이 즉각 발생하는 인력 채용의 시차로 인한 고민이 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선박 건조에 필요한 니켈 등 원자재의 가격 상승도 인력 채용을 머뭇거리게 하는 까닭이다.

EU(유럽연합)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도 수주 랠리 행진의 변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내년 말까지 기존 가스 수입량을 3분의2 수준까지 줄이고, 2030년에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법 문서를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러시아는 우호국인 중국을 새로운 주요 수출처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선박이 아닌 육로(파이프라인)로 들여오면 이는 LNG 물동량 둔화로 이어져 LNG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와 조선업황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포진해 있는 조선업의 도시, 거제시의 변광용 시장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저임금 구조의 획기적 개선과 협력사 하청단가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도 인력난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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