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권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레바논 시위대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해 10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 광장에 모여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정부를 겨냥해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일부는 의회 건물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 및 고무탄을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AFP통신은 레바논 TV를 인용해 퇴역 군 장교들이 이끄는 일부 시위대가 외무부 건물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베이루트 도심에는 군인 수백명도 배치됐다.

레바논 적십자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09명이 다쳤고 이들 중 2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고 데일리스타가 전했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발발한 반정부 시위로 레바논 정국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월요일(10일)에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총선이 실현될 경우, 지난 2018년 5월 총선 이후 9년 만에 치르는 선거다. 당시 선거에서 헤즈볼라와 동맹은 전체 128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했었다.

한편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의 한 관리는 이날 "사망자 154명 가운데 아직 25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60여명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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