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바그다드 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미국 당국이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배경과 관련,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내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한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 밝혔다. 솔레이마니가 워싱턴 DC에 대한 공격을 기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다"면서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었다며 방어 차원의 조치였음을 역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CNN방송 및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솔레이마니)는 그가 말한 대로 행동, 큰 행동을 취하려고 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며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당국이 밝힌 대로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까지 노렸던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이번 제거 작전은 미국의 심장부를 겨눈 테러 기도에 대한 '응징'인 동시에 눈앞에 닥친 테러를 미연에 막기 위한 선제공격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이란이 '가혹한 보복'을 예고, 미·이란 간 충돌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사살이 미국민 보호를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그 정당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곳 미국에서의 위험 또한 실재하는 것"이라며 "솔레이마니는 (레바논) 베이루트 폭격에 연루됐으며, 그다지 오래전이지 않은 시점에 바로 이곳 워싱턴에서 공격을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실패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그였다.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쁜 행위자"라며 그를 제거한 것이 곧 닥칠 공격에 대한 억지 차원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일련의 과정이 정보기관에 근거한 평가에 따라 추진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솔레이마니가 수일, 수주, 수개월 내에 미국을 겨냥한 심대한 폭력의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설득력 있는 정보 및 분명하고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테러조직이 아닌 국가 요인을 제거할 만한 명분이 되는 '임박한 위협'이 무엇인지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군의 공습 전에 솔레이마니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미국인을 노린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고 이날 전화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솔레이마니가 미군 병사, 공군, 해병대, 해군 승조원, 외교관을 노린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솔레이마니가 기획하고 있는 공격을 저지하고, 미래에 미국인을 노리는 이란의 대리군(軍) 공격이나 쿠드스군의 직접 공격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공습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미국인 수백명 목숨을 살렸으며, 그를 제거한 것이 '암살'은 아니라고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다"라며 "미국은 공격에 처할 경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내재된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이란은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공습으로 제거한 것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솔레이마니의 암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법적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공습을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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