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망치 테러' 당한 지미 샴 참석해…이공대 시위 잔류자 '정신착란' 시달려

25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 이공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통제하자 한 시민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홍콩 선거 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이 선거 다음 날인 25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홍콩이공대였다.

이날 오후 4시 이공대 바로 옆 침사추이 백주년기념공원에는 60여 명의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이 모여들었다.

홍콩이공대에선 지난 17일 밤부터 9일째 이어지는 경찰의 원천 봉쇄로 1000여 명의 시위자들이 경찰과 맞서다 체포되거나 투항한 바 있다.

현재 이공대 내에는 30여 명의 시위자가 남아 있다. 이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인해 거식증, 언어장애,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연단에 나섰다.

그는 지난 10월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 등 선거 운동 기간 두 차례나 테러 피해를 당했다.

지미 샴 대표는 "홍콩인들은 경찰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폭정에는 더더욱 굴복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는 홍콩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마친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은 이공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공대 출입구에 도착해 경찰과 격한 실랑이를 벌였다.

당선자들은 "이공대 내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전면 봉쇄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장 봉쇄를 풀고 우리를 들여보내 시위자들과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또한 순식간에 이공대 출입구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의 수가 1000여 명으로 늘어나자 결국 경찰은 위안랑 지역에서 당선된 로이 퀑 등 5명의 당선자애 한해서 이공대 내로 들어가도록 허용했다.

당선자들을 만난 이공대 내 시위자들은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다만 지난 18일 이공대 강경진압 때처럼 사람들이 체포되거나 다치지 않도록 경찰과 충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시위엔 친중파 진영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레지나 입 신진당 대표가 근처를 지나가다가 시위대에 포위돼 곤욕을 치렀다.

시민들은 그를 20여분간 둘러싸고 야유를 퍼부으면서 "홍콩의 배반자" 등이라고 비난했다.

레지나 입 대표는 폭동 진압 경찰이 도착해 자신을 호위에 나선 후에야 겨우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노르웨이의 한 의원이 홍콩 시위대를 내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 "홍콩 시위는 홍콩을 해치는 파괴적인 운동으로, 노벨평화상 추천은 역겨운 농담에 불과하다"고 조롱을 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