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 '홍콩 헌법'인 기본법 위반했다며 소송 내 승소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야당 의원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홍콩 정부는 지난 10월 초 캐리 람 행정장관 주재로 열린 특별행정회의에서 긴급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7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이를 위반해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남성 247명, 여성 120명 등 총 367명에 달한다.

야당 의원들은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가 된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는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행정장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홍콩 기본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평화 집회 등에서까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해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한다고도 주장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 단 한 번뿐이다.

일각에서는 캐리 람 행정부가 야간 통행 금지나 소셜미디어 제한, 심지어 계엄령 시행 등 더욱 강력한 시위진압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위헌 결정으로 긴급법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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