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 감사·軍 ‘사퇴 요구’ 등에 굴복…부통령 등 줄사퇴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 모랄레스 사퇴는 ‘쿠데타’ 비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부정 선거 의혹에 휩싸였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리비아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은 10일(현지시간)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날 오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앞서 미주기구(OAS)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모랄레스 대통령은 OAS의 감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새 대선을 치르겠다고 했으나, 이후 군과 경찰까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결국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 대선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 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투표 당일 중간개표 결과는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았지만,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상황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뒤에 다시 공개한 개표 결과에서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2위 후보 보다 1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야권은 즉시 반발했고, 국제사회도 선거를 무효화하거나, 결선 투표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주간 대선 불복 시위에서 3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로 집계됐던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독재가 끝났다”며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에도 볼리비아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과 각료들, 상하원 의장도 줄사퇴를 한 상태기 때문이다.

또한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퇴를 발표하면서 자신을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표현해 내부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대통령,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를 두고 ‘쿠데타의 결과’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좌파 정권이 집권한 멕시코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원할 경우 망명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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