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불허했지만, 수만명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백색테러 의혹에 분노한 시위대, ‘염정공서’도 공격

경찰, ‘이슬람 사원’도 물대포 공격…“실수였다” 해명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시위대는 홍콩 시내 곳곳의 중국계 은행과 점포들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부수는 등 반중정서를 표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만 명의 홍콩 시민들은 침사추이와 몽콕, 오스틴 지역을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고 21일 연합뉴스는 전했다.

경찰은 당초 폭력시위가 우려된다며 시위를 불허했지만,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야당 의원들과 함께 ‘시민 불복종’을 내세우며 집회를 강행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만명의 시민들은 ‘홍콩 경찰이 짐승처럼 사람을 죽인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히틀러의 사진을 합성한 플래 카드를 들었다.

최근 범민주 진영 인사들에 대한 ‘백색테러’가 잇따르면서, 홍콩 시민들은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 친중파 진영이 사주한 백색테러를 홍콩 경찰과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실제로 이날 야우마테이 지역에 있는 홍콩의 반부패 기구인 ‘염정공서’도 시위대의 타깃이 됐다. 시위대는 염정공서의 현판을 끌어내리고 CCTV 등을 박살냈다.

지난 7월 21일 밤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 옷을 입은 100여명의 남성이 시민들과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쳤다. 이후 염정공서는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날 중국계 은행과 점포 등은 시위대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는 침사추이, 조던, 야우마테이 일대의 중국계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파손했고, 불을 질렀다. 중국 본토 소유의 기업으로 알려진 ‘베스트마트 360’. 유니소(Uniso) 점포 등도 기물이 파손되는 등 공격을 받았으며,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 ‘샤오미’ 점포도 불길에 휩싸였다.

시위대는 야우마테이, 몽콕 지하철역 등에서는 기물과 유리창을 파손하고, 역 입구에 화염병을 던졌다. 도심 시위 때마다 홍콩지하철공사가 시위 현장 인근의 지하철역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공사가 홍콩정부의 앞잡이가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날 시위가 격해지자 홍콩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물대포차를 투입했다. 시위대는 침사추이 경찰서와 삼수이포 경찰서 등에 화염병을 던지고, 보도블럭을 깬 돌을 던지며 맞섰다.

한편 홍콩경찰은 이날 카오룽 지역의 이슬람 사원에도 물대포를 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홍콩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