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정부, 터키군 막기 위해 ‘앙숙’ 쿠르드와 협력키로

러시아 국방부 “시리아·터키 경계선 따라 순찰 임무 수행”

크렘린궁 “푸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긴급회담 제의”

지난 9일(현지시간)시리아 북동부로 이동하는 시리아국가군(SNA·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 일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요충지인 만비즈에 터키군과 쿠르드·시리아 정부군이 집결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곳에 주둔하던 미군은 철수했지만, 러시아군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터키 국방부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진행 중인 ‘평화의 샘’ 작전으로 테러리스트 611명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유프라테스강 동쪽) 군사(지상)작전을 시작한 터키군은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의 요충지이자, 터키 접경 시리아 국경도시인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을 함락했다. 이후 터키군은 유프라테스강 서쪽 도시 만비즈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정부는 터키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지난 13일 앙숙 관계였던 쿠르드족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아정부는 미군이 철수를 완료했다고 밝힌 15일 만비즈에 정부군을 배치했다.

시리아정부군이 시리아 북동부에 배치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 시리아정부가 타지역에서 반군과의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이 지역을 비운 사이, 쿠르드족은 이 곳을 차지하고 자치를 누려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시리아 특별대사인 알렉산더 라브렌티예프는 쿠르드족과 시리아정부 간 협상이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에 있는 러시아 공군기지 등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간 쿠르드와 터키의 충돌을 방지해왔던 미군이 떠난 뒤, 친(親)시리아정부 성향의 러시아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도시 라스 알-아인.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에 배치된 것을 언급하며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터키군의 경계선을 따라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쿠르드족의 감시 아래 억류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혼란을 틈타 탈출을 노리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크렘린궁은 또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조만간 러시아에서 긴급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정부군과 손 잡은 SDF가 터키군에 함락됐던 라스 알-아인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