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 직선제’ 등은 숙제로 남아…민주주의 요구하는 시위 당분간 이어질 듯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를 요구했던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게 됐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 ‘홍콩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인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 TV 방송을 통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녹화 연설을 내보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였다.

캐리 람 장관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송환법 철회’ 요구 사항을 받아 들이면서 최근 격화됐던 ‘홍콩 시위’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 외의 4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캐리 람 장관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중국 중앙정부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은 받아 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홍콩의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2일까지 88일 간 대규모 집회와 시위 등을 통해 ‘송환법 철회’ 등을 요구해왔다. 과거 79일간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때보다 더 긴 투쟁이었다. 이 기간 동안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11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이 대형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그 뒤로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건물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캐리 람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혔고, 7월 9일에는 송환법이 “사망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지만, 거센 민심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공식적인 ‘송환법 철회’를 발표하지 않는 캐리 람 장관에게 5대 요구 사항을 내걸고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홍콩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고 시위가 점차 ‘반(反)중국’ 성향을 보이자, 중국 중앙정부는 무력 개입까지 시사하며 위협했다.

실제로 홍콩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인 ‘선전’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 경찰이 집결해 대규모 시위 진압 훈련을 하는 모습이 수차례 언론을 통해 목격됐다.

최근에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계엄령과 다름없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나왔다.

하지만 이날 캐리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하면서 결국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를 맛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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