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방북은 무역분쟁 美에 中의 전략적 중요성 과시하는 계산된 행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17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백악관 전 외교고위관리가 주장했다.

중국과 북한은 월요일인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각 17일 오후 8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방북은 28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더욱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G-20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분쟁을 매듭짓자고 압박했지만 시 주석은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의미와 전망을 물었다.

그는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은 무역분쟁보다 더 큰 전략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이 시기 평양행은 우연이 아니라 미국에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과시하려는 지극히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도 시 주석의 방북은 매우 중요한 전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RFA의 논평 요청에 그는 "시 주석은 정체된 미북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미중 무역 교섭에서 우호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평양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지만 2013년 주석 취임 후 한 번도 답방에 나서지 않던 시 주석이 과연 성공적으로 미북 대화를 재개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이날 RFA에 '중국은 북미 간 현 상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미국과 북한의 '동결 대 동결'의 지속"이라고 강조했다.

'동결 대 동결'이란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삼가는 대신 미국은 한국과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시 주석은 이번에 김 위원장을 만나 인내심을 갖고 시험 중단을 유지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중국으로부터 밀무역을 눈감아 주거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이행하는 한편 북한 정부에 현금을 지급하는 등 실험 동결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찰을 빚고 있는 무역 분야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동결 대 동결'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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