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유람선 사주 "처음부터 구명조끼 착용하면 더 위험…한국 유족에 깊은 조의"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운영사인 파노라마데크의 사주 스턴코 어틸러 회장이 2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號)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당시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블레아니호의 운영사인 파노라마데크의 사주 스턴코 어틸러 회장은 2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턴코 회장은 "크루즈선이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다뉴브강 무전 기록으로 알 수 있다"면서 "헝가리 수사 당국이 크루즈선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스턴코 회장은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은 야경 투어 선박으로 붐빈다. 이런 환경일수록 규정과 규칙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규칙을 위반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벌어졌으리라 본다. 규칙과 규정을 잘 지킨다면 다뉴브강 투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턴코 회장은 '이번 사고에서 어떤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나'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른 배를 추월해서 운항하려면 두 배 사이에 교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크루즈선이 그러한 교신 없이 유람선을 추월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의심은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턴코 회장은 "다뉴브강 야경 투어 선박들은 공통으로 무전 채널(radio channel) '10번'을 이용하므로, 서로의 교신을 주변 다른 선박도 들을 수 있다"면서 "사고 당시 주변 선박은 바이킹 시긴과 허블레아니 사이에 추월 운항에 관한 교신을 듣지 못했다. 물론 수사 당국은 수거한 바이킹 시긴의 교신 기록으로도 이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턴코 회장은 "여러 각도의 사고 영상을 종합해 보면 우리 배를 추월하려던 크루즈선이 우리 배의 후미를 살짝 건드렸기 때문에 반동으로 우리 배의 선수가 왼쪽(서쪽)으로 밀렸고 2차로 더 강한 충돌이 일어났다"면서 "배를 인양해서 장치를 확인한다면 조타가 어느 방향이었는지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조끼'에 대해 스턴코 회장은 "다뉴브 투어 선박은 모두 유럽연합(EU) 규정에 의한 프로토콜을 따른다"면서 "구명조끼 등 구명장비 위치와 사용법에 탑승객에게 안내하는 과정은 프로토콜에 없다"고 밝혔다.

스턴코 회장은 "투어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계속 입어야 한다는 당국의 규정도 없다"며 "더욱이 승객이 처음부터 착용하고 있다가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선박을 빠르게 벗어나지 못할 위험도 있다. 구명조끼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섬에서 유람선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턴코 회장은 "허블레아니호의 선령이 70년이지만 노후한 부위를 계속 교체하고 매년 당국의 방문 점검과 8년 주기의 정밀 실사를 통해 배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을 받아서 투어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종된 허블레아니의 선장과 선원'에 대해 스턴코 회장은 "선장은 58세이며 우리 회사에서 선장으로 일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이전 회사까지 합쳐 총 24년간 선장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라며 "다른 선원은 군대에서 20년간 복무하다가 1년 전 우리 회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스턴코 회장에 따르면 파노라마데크는 소유 선박 8대, 임차 선박 6대로 연간 총 2500여회의 투어(관광객 정원 30명)를 운영한다.

파노라마데크는 15년 정도 한국 관광업계와 함께 일하고 있고 전체 사업의 약 10%가 한국 관광객이다.

스턴코 회장은 "오늘 회사 전체가 머르기트 다리에서 추모 모임을 했다"면서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고통을 공감한다. 나를 비롯한 회사는 한국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스턴코 회장은 "우리 직원 2명도 실종 상태"라며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에 동참한 다른 배의 선원들은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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