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에게 시급히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국제사회, 속히 지원 나서야"

제임스 벨그레이브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이 지난 3월 북한 황해남도의 한 보리밭을 방문해 작황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WFP 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유엔 조사단의 일원으로 지난 3월, 2주간 북한을 방문했던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이 "실제로 본 북한의 식량난은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벨그레이브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9일 게재된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주간 직접 목격한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전했다.

벨그레이브 대변인은 WFP와 FAO(식량농업기구)가 파견한 8인의 조사단의 일원으로 북한 전역의 37개 군을 돌며 가정과 탁아소, 배급 센터, 정부 기관 등 광범위한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현지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8인의 조사단은 지난 3일,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이 136만t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벨그레이브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북한 전체 인구의 40%가 식량 부족 상황에 처해 있을 만큼 북한 주민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가 인터뷰한 주민들 상당수는 심각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이 특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 대부분이 쌀 등 곡류와 김치 등 약간의 야채만 일상적으로 먹을 뿐 단백질 섭취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고기를 먹는 것은 고사하고, 계란도 연간 2∼3회 먹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아동들이 얼핏 보기에도 키가 작고, 발육 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임산부와 수유를 해야 하는 젊은 엄마들도 변변히 먹을 게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시급히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이번 식량난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면서도 "핵개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농기구와 비료 등의 부족도 작황 불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기후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농기구나 비료 등 작물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공여가 급감했는데, 국제사회가 이제 적극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돌아서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분위기와 상관없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내밀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북한 당국은 이번 실사 기간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요구하는 자료들도 다 제공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WFP는 이르면 보리 수확기인 다음 달 북한을 다시 방문해 식량 상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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