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방송, 한국과 美·日·中·러의 반응 비교 분석…"대체로 차분"

북한이 4일 동해 해상에서 발사한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고 있다. 조선중앙TV는 다음날 이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북한이 쏜 발사체가 단거리인 만큼 과거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은 강경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7일 미국 연방정부의 선전매체인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VOA 뉴스는 이 보도에서 과거 6자회담 당사국들이 온도차를 보이면서도 대체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무기의 비행거리가 한미일 세 나라의 '로우키'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로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규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VOA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북미 핵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은 일단 '대화 기조 유지'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내게 한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이뤄질 것(Deal will happen!)"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폭스뉴스 등 미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북한이 쏜 발사체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VOA 뉴스는 "한국은 북한이 쏜 기종을 정정하면서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최초 북한의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가 40분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한 뒤 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공식 평가했다.

국가정보원 역시 긴급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발사는 과거처럼 도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비핵화 협상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발사 당일 CCTV등을 통해서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지만, '미사일' 대신 '발사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발사 하루 뒤 오히려 북중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기사를 싣는 등 이번 행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학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북한의 협상 속도에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경고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제일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일본 또한 이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 후 기자들을 만나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북한을 규탄하거나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강경 일변도였던 일본 방위성 역시 "일본 영역이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의 탄도 미사일 비행은 확인 되지 않았다"면서 "현시점에서 일본의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최근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진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을 군사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위원장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현 상황에서 모든 시험은 군사·기술적이라기보다 정치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사체프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다음 주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한국, 일본 방문 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관련국들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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