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 3월31일 김일성대 석사과정 호주인 알렉 시글리씨의 기고 게재

시글리 "평양 지하철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영화·뉴스 기사에 몰두한 사람들로 가득"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호주인 학생 알렉 시글리씨의 트위터.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호주인 학생이 "성형수술을 한 것이 틀림없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했다.

그는 "고립에서 벗어나 패스트푸드와 스마트폰, 그리고 성형수술까지. 북한은 과도기(in transition)에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에서 공부 중인 유일한 호주인 학생으로 자처한 알렉 시글리씨가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의 내용이라고 연합뉴스가 1일 전했다.

시글리씨는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북한 현대문학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일성 대학에서 북한 현대문학을 전공하는 석사 준비생은 북한 전체에서 단 세 명뿐이고 자신은 그 중 한명이며 유일한 호주 학생이라고 그는 밝혔다.

시글리씨의 기고(신문, 잡지 따위에 싣기 위해 원고를 써서 보냄, 또는 그 원고)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중국학자이고 모친은 중국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문화를 익혔고, 중국 유학 시절 기숙사에서 북한 학생들과 같은 층을 사용하면서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이번 기고에서 "북한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세뇌교육을 당한 북한 사람들'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학생들은 김일성, 김정은 등 지도자 얼굴이 그려져 있는 핀을 옷깃에 달고 다니고 방문에 인공기 스티커를 붙여놓아 처음엔 '세뇌교육'을 당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그는 말했다.

시글리씨는 북한을 더 알기 위해 '통일 투어'라는 북한 여행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대학 졸업 후 지난해 4월부터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평양살이에서 목격한 것, 느낀 점을 가디언지에 기고했고 지난달 31일자 가디언지에 게재됐다.

그는 국제사회의 무거운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경제 개방 정책 등으로 인해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계층이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시글리씨는 '외식 산업의 증가'를 그 단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최신 유행 식당의 경우 주말 점심이면 손님들로 빼곡하고, 이들의 옷차림은 상하이나 서울에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묘사했다.

시글리씨는 "심지어 성형수술을 한 것이 틀림없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고 적었다.

그의 기고에 따르면 평양에는 KFC, 맥도날드와 비슷한 패스트푸드 식당도 있다.

평양에는 불고기에서부터 비빔밥까지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많이 있고 일본의 회전초밥집에 정통 중국식당까지 영업 중이다.

평양의 쇼핑 상점에서는 하리보 젤리에서부터 뉴질랜드 소고기, 아디다스 의류, 도브 바디워시까지 구입할 수 있다.

시글리씨는 '로컬 제품'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종이가 우중충한 색깔에 표면도 거칠었지만, 지금은 상점에 하얀 종이로 된 공책들이 가득하다고 그는 전했다.

시글리씨에 따르면 평양 지하철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영화, 뉴스 기사에 몰두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번 기고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했던 경험은 평양 사람들과 대화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숙사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북한 학생과 넉 달 간 생활했는데, 그 학생은 네이마르와 메시를 좋아하는 열렬한 축구 팬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정치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그 북한 학생은 언젠가 통일 한국 외교부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시글리씨는 전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호주가 유명 관광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호주가 한국전쟁 당시 '미 제국주의'를 지원했다고 그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는 "평양에서의 자신의 경험이 외국인 시각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평양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노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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