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여윈 뒤 어머니 돕기 위해 ‘향’ 배달하다 사고

페라리 수리비 4억 청구…지역당국, 기부금 계좌 개설

사연의 주인공 린친샹(20). 사진=연합뉴스/AFP
[데일리한국 조효민 기자] 졸음운전을 하다 페라리 차량 3대를 들이받아 수억원의 수리비를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한 청년에게 시민들이 온정의 손길을 내민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일 연합뉴스는 대만 신베이시(新北市)에 사는 린친샹(20)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린친샹은 종교의식에 쓰이는 향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홀어머니를 돕기 위해 자택 인근 사원으로 배달을 나갔다가 졸음운전으로 페라리 3대를 들이 받았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린친샹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은 물적 피해는 보상해 주지 않는 보험이었고, 페라리 대리점과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산정한 수리비는 1200만 대만 달러(한화 4억4000만원 가량)였다.

한달 수입이 3만5000 대만 달러(한화 120만원)인 린친샹이 28년을 벌어야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린친샹의 형과 고등학생인 여동생을 포함한 네 식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이었다.

린친샹은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윈 뒤 홀로 향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대학까지 중퇴했고, 향가게 수익이 충분치 않아 가게 문을 닫은 뒤에는 바비큐 식당에서 새벽 3시까지 밤일을 하고 있다.

사고 이후 린친샹의 안타까운 사연이 매스컴을 타고 대만 사회에 알려지자 10여명의 시민들은 린친샹을 돕겠다고 나섰다. 일부 시민은 그의 집과 가게까지 찾아왔다.

이에 린친샹이 거주하는 지역 당국은 정식으로 모금 계좌를 열었고 100건이 넘는 기부가 이어졌다. 현재까지 모인 기부금은 총 74만 대만 달러(한화 2700만원)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페라리 주인들에게 수리비를 받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페라리 차주는 자신도 차를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피해 보상을 받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보험사와 보상한도를 협의 중인 페라리 차주들은 대신 수리비를 분납하는 방안을 린친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친샹은 “사고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못을 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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