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美핵물리학자, 38노스에 기고…"북미간 신뢰 없는데 핵신고 고집하는 건 큰 실수"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학교 명예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2018 윌리엄 페리 강연 시리즈'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북미는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먼저 합의하라."

"북한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로 영변의 5MWe(메가와트) 원자로를 파괴하라."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박사는 28일(현지시간) 38노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북한의 핵신고를 고집하는 게 큰 실수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헤커 박사는 이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가 '김정은이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헤커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올 봄부터 북한의 핵 위협을 줄이기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비핵화의 길에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헤커 박사는 "김 위원장은 또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상응 한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발전소를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영변 핵 시설은 북한의 핵 계획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커 박사는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신고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북미 사이의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북미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의 핵신고 요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는 대신에 더 많은 의심을 낳을 것"이며 "이는 이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완전한 신고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항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막다른 길"이라면서 "김정은은 항복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는 미군 측에 공격 목표를 제공하는 동시에 핵프로그램의 종결과 자칫하면 정권의 종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신고를 앞세우는 대신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북미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세부 사항은 협상하면서 해결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의 5MWe(메가와트) 원자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헤커 박사는 이런 환경을 만들기에 미국의 환경은 최악이라고 우려했다.

헤커 박사는 "트럼프 팀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이에 북한 외무성은 '관계 개선과 제재가 양립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또한 대부분의 미국 북한 관측통들은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과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주장을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핵무기가 핵 개발로 인해 예상되는 이익보다 더 클 경제 발전에 큰 장애물이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워싱턴과 서울은 이 변화를 격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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