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방송, 하이노넨 前 IAEA 사무차장 인터뷰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사진 중앙 빨간 넥타이)이 2007년 6월, 6자 회담 합의에 따라 사찰단 복귀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관측됐다는 움직임은 '북한이 추가로 플루토늄을 생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하는 원자로 보수 작업'이라는 분석이 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인터뷰에서 나왔다.

앞서 22일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IAEA 이사회 보고에서 "8월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북한 영변 구룡강 인근에서 추가 활동들이 관측됐다"면서 "사찰이 이뤄져야 이 활동들의 본질과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아마노 사무총장은 "북한이 9월19일 남북 평양 공동선언에서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할 의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변에서 여전히 추가 활동들이 관측돼왔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을 두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에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8일 '사실상 유키야 총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의 올리 하이노넨 전(前) IAEA 사무차장 인터뷰를 게재했다.

하이노넨 박사는 핀란드출신 방사화학 전문가로서 1983년부터 27년간 IAEA에서 안전조치와 사찰을 담당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 핵사찰을 담당했고 파키스탄 압둘 카디르(AQ) 칸 박사의 국제 핵확산 네트워크를 규명하는데도 공헌했다.

'유키야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플루토늄 추가 생산과 연결 짓는 분석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하이노넨 박사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실험용 경수로는 아직 가동 준비가 되지 않았고, 5MW 원자로 역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일상적으로 하는 원자로 보수 작업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핵 시설을 직접 사찰한 적이 있는데 북한을 검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북한이 과연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핵 물질 보유량과 핵 관련 시설 등을 완전하게 신고하느냐와 관련된 문제"라면서 "과거에도 이 점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사찰 시기와 장소 등을 제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관련 시설을 숨기려 할 경우 찾아낼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IAEA가 갖고 있는 정보와 장비 등 모든 것을 동원하면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가 완전한 것인지 여부를 쉽게 밝혀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비밀 시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얼마나 은밀하게 숨겨졌는지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IAEA는 지난 1993년에도 북한의 '신고서'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아 냈고, 이란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100% 확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따라서 추후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때로는 10년에서 20년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북한이 새로운 핵물질과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 중인 핵물질을 반출하는 데까지 2년안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상당히 이론적인 것"이라며 "북한이 과연 '핵 신고서' 제출에 얼만큼 협조할 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북한 핵 시설이 영구적으로 폐쇄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관련 시설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원자로를 예로 들면 원자로 건물 전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면서 "원자로에서 핵심적인 핵 관련 부분만 제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축 시설의 경우는 아주 간단하다"면서 "원심분리기만 제거하면 되는데, 이 작업은 몇 달이면 끝난다. 그리고 나서 이따금 빈 공간이 그대로 유지되는 지만을 확인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과학자, 기술자를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남아공의 비핵화 과정에도 핵 관련 핵심 과학자들을 모니터 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도했다.

그는 "옛 소련의 경우는 핵 과학자가 무려 백 만 명에 달했지만, 북한은 1만명이 채 안 된다"며 "어렵지 않게 해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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