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리가 文 대통령에 선물한 옷 명칭 놓고 논란 불거져

2018년 9월 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델리에서 열린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인도 전통 재킷의 올바른 명칭을 놓고 인도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최근 문 대통령에게 인도 전통의상을 개량한 재킷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이 재킷을 입은 사진을 공개하고 "인도 전통의상을 한국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개량한 '모디 재킷'인데 너무 잘 맞는다"고 적었다.

이에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의 글을 리트윗하며 "인도 국민의 이 작은 선물이 문 대통령의 마음에 가까이 남아서 양국이 공유한 세련된 유대를 생각나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스처는 가까워진 양국관계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인도 국내 정치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논란의 소재가 됐다.

모디 총리가 리트윗한 글을 본 현지인 상당수가 '모디 재킷'이 아니라 '네루 재킷'이 올바른 명칭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재킷은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가 입으면서 대중화된 옷이다.

영국 식민시절부터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펼친 네루는 1947년 독립 이후 초대 총리에 올라 정교분리를 통해 '세속적 민주국가'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인도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일부는 네루가 이슬람교도 등 소수자를 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힌두교 국가' 수립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한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2014년 총선에서 이런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집권한 뒤 일부 지역 교과서에서 네루의 이름을 삭제했다. BJP 일각에선 인도를 세속국가로 규정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지 매체들은 그런 상황에서 네루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졌던 의상에까지 '모디 재킷'이란 상표가 붙자 현 정부의 힌두 민족주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국민들이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BJP와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정치적 상황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옷에 '모디 재킷'이란 제품명을 붙인 현지 의류업체 '제이드블루'는 논란이 커지자 "네루는 흰색이나 황백색 재킷만 입었지만, 모디 재킷은 색깔이 있고 디자인도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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