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합의 위반" vs 러 외무차관 "오히려 미국이 여러해 노골적으로 INF 위반"

볼턴, 22일 외교·안보 수장 회담 → 23일 푸틴 예방…NYT "INF 파기 계획 통보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러시아 정부는 21일(모스크바 시간) "러시아는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위반하지 않았고 엄격히 지켰다"고 반박했다.

하루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우리는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INF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대표적인 조약이다. 이 조약의 파기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핵 개발 경쟁 가속화로 이어져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이 여러해 동안 노골적으로 INF를 위반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참아왔다"고 말했다.

대미 관계와 군비통제 문제를 담당하는 랴브코프 차관은 "우리는 협박을 통해 국제 안보와 핵안보,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지속적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의 INF 탈퇴는 안보와 안정성에 헌신하고 현 군비통제 체제 강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비난을 불러일으킬 아주 위험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랴브코프 차관은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랴브코프 차관은 트럼프정부 내 어떤 세력들이 군사적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INF를 파기하려는 것이라며 'INF 폐기는 트럼프정부 전체의 의사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제일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제일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자료
랴브코프 차관은 "오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면서 "내일과 모레 그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이 어떤 조처를 하려는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22일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 안보 수석 격),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23일엔 크렘린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INF는 1987년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한다"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INF 위반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내주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INF 파기 계획을 통보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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