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 냉전 종식 대표적 조약…트럼프, 공화당 지원 유세후 "러시아가 합의 위반" 핑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했다.

INF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대표적인 조약이다. 이 조약의 파기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핵 개발 경쟁 가속화로 이어져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INF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며 러시아 핑계를 댔다.

INF는 1987년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한다"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INF 위반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내주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INF 파기 계획을 통보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를 포함하는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그는 첫 도착지인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도 겨냥했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배치한 중거리 핵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신무기 개발을 INF가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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