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 “음성 파일 확보 불가” 반박…터키 당국 도·감청 가능성도 제기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앞이 삼엄한 경비와 함께 굳게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워치를 터키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터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가 찬 애플워치는 그가 이스탄불 주재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미궁에 빠진 내부 상황을 외부로 '전송'했고 이에 따라 터키 당국이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정부와 밀접한 현지 일간지 사바흐는 실종 사건이 일어난 지난 2일 카슈끄지는 이 시계를 찬 채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해당 애플워치에 연동된 아이폰은 애인에게 맡겼다. 총영사관에는 휴대전화를 갖고 입장이 불가눙한 까닭이다.

13일 사바흐 지는 "카슈끄지는 그의 죽음을 애플워치로 녹음했을 수 있다"며 "그랬다면 그가 총영사관에 들어갈 때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켜 놓은 바람에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 녹음됐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의 심문과 고문 및 살해 과정이 애플워치에 녹음됐고, 그 파일이 아이클라우드와 밖에 있던 약혼녀가 대신 보관한 아이폰과 동기화됐다"며 "뒤늦게 이를 알아챈 사우디 암살팀이 죽은 그의 지문을 이용해 애플워치의 파일을 지웠지만 이미 동기화된 뒤였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은 그의 약혼녀가 대신 보관한 해당 아이폰을 통해 동기화된 위 내용의 음성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이 매체는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지도 "터키 정부가 미국 측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음성,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의 애플워치가 아이폰이나 아이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하려면 총영사관의 와이파이와 연결되거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이 지원돼야 하지만 대부분 외교 공관이 보안상으로 취약한 와이파이를 운용하지 않아 아이워치가 해당 과정을 담았다는데 반론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는 애플워치를 찬 그를 찍은 올해 5월 사진과 함께 "그가 차고 다닌 3세대 애플워치는 터키에서 셀룰러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사바흐는 사우디 암살팀이 죽은 그의 지문으로 애플워치에 접근했다고 보도했지만, 애플워치는 지문 인식기능이 없다.

이에 알아라비야는 "또 다른 가짜 뉴스가 나왔다"며 애플워치의 '증거 전송'을 사실아 아니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따라 터키 정보당국이 사우디의 총영사관을 도청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터키 당국이 카슈끄지가 살해된 과정이 생생하게 녹음된 음성파일을 확보한 것이 사실이고, 애플워치가 외부로 파일을 전송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도·감청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다.

만약 타국 외교 공관에 대한 터키 당국의 도·감청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카슈끄지 실종 사건은 터키와 사우디 간 또 다른 외교적 충돌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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