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시대 저물고 독일도 유럽 정치·경제적 지주역할 위축"

연립여당 지도부와 회동을 마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정책에 관해 내부 강경파들과 합의를 본 것은 오랜 기간 견지해온 자유민주주의 정책 기조를 뒤집은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2일(현지시간) 연정을 이루는 한 축인 기독사회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난민정책의 타협안을 마련했다.

타협안은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센터를 지어 이미 다른 유럽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들을 책임져야 할 국가로 보내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난민이 망명 신청을 한 나라에 수용되지 않으면, 처음 발을 디딘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되돌려보내게 된다.

특히 이는 대연정 붕괴를 막으려는 다급한 결단으로 난민포용 정책을 펼치면서 유럽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기수 역할을 했던 메르켈의 정치적 '급반전'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메르켈은 2015년 이른바 '난민 쓰나미' 위기 때 국경을 개방하는 정책을 펼쳤고, 제호퍼 장관은 '엄청난 실수'라며 메르켈의 정책을 비난하면서 연정 붕괴를 압박해왔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독일마셜펀드의 베를린 사무소장이자 전직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인 토마스 클레인-브로코프는 "메르켈의 정치적 자산은 고갈됐다"며 "이제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이러한 메르켈의 리더십이라면 독일은 내부적으로나 유럽 공동체 안에서 위축될 것이며, 이는 유럽의 정치, 경제적 지주로서 역할을 해왔던 독일의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클레인-브로코프는 덧붙였다.

메르켈은 통일 독일을 이끄는 최초의 동독 출신이자 여성 지도자로서 10년 넘게 자유민주주의 기수로서 평가를 받아왔다.

강력한 안보동맹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 서방의 가치를 위협하고, 반난민 포퓰리스트 정파들의 득세로 유럽 정치가 좌우로 극단화하는 상황에서 서방가치, 중도정치의 최후 보루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메르켈이 2015년과 2016년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하면서 나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이 되살아났고, 난민 문제는 메르켈의 정치적 유산을 정의하는 요소이자, 독일 민주주의 자체를 시련을 겪게 하는 사안이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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