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 "사우디 여성, 24일 하루 12만명 운전면허 신청"

24일 새벽 운전하는 사우디 여성. 사진=AF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이슬람 문화로 인해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사우디 정부는 2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여성의 자동차와 이륜차 운전을 허용했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0시가 되자마자 긴급뉴스로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을 방영하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해금의 시간을 맞이한 여성들은 운전의 기쁨을 만끽했다.

SNS상에는 사우디 여성들이 0시 직후 첫 운전을 시행하는 모습, 첫 주유와 첫 주차권 뽑기에 성공해 기뻐하는 모습, 아이의 등교길을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운전으로 데려다주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들이 게재됐다.

운전면허증을 받은 사우디 여성. 사진=AP/연합뉴스
사우디 경찰은 이날 여성 초보운전자를 보호하고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배치했다.

여성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여경과 여성 사고자를 위한 전용 유치장도 마련됐다.

자동차 회사들도 해금의 축제에 참가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습관적으로 운전석에 타려는 남편을 조수석에 앉히고 아내가 직접 운전해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자동차도 24일 '운전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여성이 운전대를 잡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24일 기준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우디 여성은 2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다수의 외신은 600만명 정도가 운저면허증을 딸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24일 연 기자회견에서 이날 기준 사우디 여성 12만여명이 운전면허를 신청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여성 운전 허용을 축하하는 그래픽. 그래픽=아랍뉴스/연합뉴스
사우디는 이전까지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국가였다.

이번 여성 운전 허용은 다른 나라의 기준에서는 뒤늦은 조치지만, 엄격한 보수 이슬람이 지배하는 사우디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다.

사우디는 수 천년간 여성의 권익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며, 외부 활동 역시 극도로 제한시켜왔다.

이번 변화는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모시키고 금기시했던 여성의 사회 참여, 대중문화 등을 활성화해 국가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장 동력으로 삼게 됐다는 게 핵심 목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