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법이 아닌 가슴으로 통치해야 할 때도 있다"

민주당 리우 하원의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사임 요구

텐트시티 걸어가는 아이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불법 입국한 부모로부터 아동을 격리 수용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국내외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부모와 분리시킨 아이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수용시설 사진을 공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다시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보건복지부(HHS)가 공개한 사진은 텍사스주 남부 멕시코 접경 도시인 엘패소에서 약 60km 떨어진 토닐로 통관항에 있는 이른바 '텐트시티'라고 연합뉴스가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문제는 격리된 아동들이 머무는 이 지역이 사막 한 가운데 있다는 점이다. 이 곳은 통상 기온이 섭씨 37~38도 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패소를 지역구로 둔 메리 곤살레스(민주) 주 하원의원은 "그곳은 사막에 있다. 밖에 나가서는 갈 데가 정말 없다"고 우려했다고 ABC뉴스 등 미 방송은 전했다.

베토 오루케 주 의원도 "현재 이곳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 수용 규모는 4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아동 격리시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아이들을 천막에 수용하느냐'라는 질문에 '임시보호소는 부드러운 소재의 구조물이며, 에어컨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5월부터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밀입국자를 기소,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시키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DHS)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적발돼 부모와 떨어진 아이는 무려 2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이민자를 상대로 한 부모-자녀 격리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1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국토안보부 시설 앞에서 열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비판의 선봉에 섰다.

지난 17일 멜라니아 여사 측 대변인은 부모-아동 격리 정책과 관련해 "멜라니아 여사가 국가는 모든 법을 따라야 하지만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CNN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어 대변인은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서로 대립하는 양쪽이 의견을 모아 성공적인 이민 개혁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민들도 불법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몸수색을 당하는 엄마 옆에서 울고 있는 온두라스 소녀. 사진=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생이별하는 불법 이민자 가정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서 사흘 만에 500만 달러(약 55억)가 모였다.

이 모금운동은 국경순찰대원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엄마 옆에서 서럽게 우는 두 살배기 여자아이의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이 사진을 본 미국의 한 부부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이민자 부모와 그들의 자녀를 재회하게 하자'는 모금 페이지를 열었고, 사흘 뒤인 19일까지 13만 명이 모금에 참여해 500만 달러가 모였다. 기부금은 수용된 부모들의 보석금을 내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사진은 미국 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진을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의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 잠룡 중 한 명인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19일 "악랄하고 사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정책의 주무 부처 수장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사임 요구도 나왔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19일 "아동 격리 정책에 대해 닐슨 국토부 장관의 해명에 많은 거짓이 있다"며 "그의 신용은 갈가리 찢겼다. 닐슨은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닐슨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무관용 정책을 거론하며 "이들 아동은 잘 보살펴지고 있다"면서 "언론을 믿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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