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서한에서 "北,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회담 적절치 않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전화나 편지 달라"…대화 여지는 남겨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미국시간) 싱가포르에서 내달 12일 열릴 예정이던 미북정상회담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기대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말미에 “북한의 핵보다 더 강한 미국의 핵이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전화나 편지를 달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놓친 기회는 전 세계와 북한에게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안겨줄 기회였다. 역사적으로 슬픈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최근 미국을 향한 북한의 연이은 강경발언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북강경파로부터 ‘리비아식 핵포기’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북한은 외교라인을 통해 미 행정부를 비난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앞서 이날 오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이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만약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한 발언이었다.
앞서 16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북한의 ‘리비아핵포기방식’ 구상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계관 제1부상이 당시 꺼낸 카드도 ‘북미정상회담 재고려’였다.
미국과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를 두고 이렇듯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즉각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물리적으로 단계적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단계적비핵화’를 언급했지만, 결국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