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서 하나님에 기도…유언 될지 모를 문자 남겨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운항 도중 엔진이 터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보잉 737 여객기가 1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불시착해 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텍사스 주 댈러스로 향하던 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여객기 엔진이 운항 도중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몰렸던 승객들의 애절했던 뒷얘기가 전해졌다.

뉴욕 라가디아 공항을 출발해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으로 향하던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보잉 737 여객기는 이륙 20분만인 오전 11시께 3만 피트(9천100m) 상공을 날던 도중 왼쪽 날개 엔진이 터지면서 작동을 멈추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엔진 파편이 튀면서 창문이 깨져 기내 기압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여객기도 급전직하로 고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사고기에는 승객 144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승객들은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을 찾았다. 또 사랑하는 이들에게 유언이 될지도 모를 메시지를 남겼다.

"주여, 천사를 보내 우리를 구해 주세요"

티모시 부르맨(36) 목사는 기내 머리 위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졌지만 어떻게 착용할지를 몰랐다. 추락하면 산소마스크도 소용없다고 생각한 그는 대신 옆좌석에 앉아있던 아내 아만다의 손을 꼭 잡고 이같이 기도했다.

아만다는 휴대전화로 여객기 와이파이에 가까스로 접속했다.

"기도합니다. 비행기 엔진이 망가졌습니다. 착륙을 시도합니다. 딸들에게 '사랑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해 주세요"

여섯 살, 네 살, 두 살 등 세 딸에게 전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문자 메시지를 시아버지에게 보낸 것이다.

마티 마르티네스(29)는 산소마스크를 끼고 페이스북에 접속, 기내 상황을 라이브 스트림으로 보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추락할 것 같다"고 적었다.

셰리 시어스(43)는 자신이 일곱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현재 열 한 살 된 자신의 딸 타일러를 떠올리며 "딸을 위해 거기에(아버지 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신이시여, 이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고통 없이 빨리 가게 해주소서"라고 빌었다.

코트니 패딜라(34)는 옆자리 승객으로부터 '자신의 76번째 생일이니 태어난 날에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위로를 들었다. 패딜라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어린 딸에게 추락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누가 됐던 옆에 있는 사람을 꼭 붙들고 있으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고 항공기는 위기 상황에서도 미군의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기장 태미 조 슐츠(56)의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 발생 약 20분 만에 필라델피아 공항에 기적같이 불시착했다.

여객기가 무사히 땅에 닿는 순간 기내에서는 안도의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다만 뉴멕시코주에 거주하는 은행 임원 제니퍼 리오든(43)은 여객기 창문이 깨지면서 거의 허리춤까지 창밖으로 빨려 나갔다가 다른 승객들의 도움으로 구조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7명의 다른 승객들도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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