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윗 통보후 경질 전화…WP "트럼프, 끝까지 틸러슨 모욕"

NYT "틸러슨 그리워해야 할 수도"…CNN "괴짜다운 트럼프 스타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류은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미국 동부시간)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와중에 외교수장을, 그것도 '트위터'로 경질 소식을 알린데 대해 미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틸러슨 장관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WP는 "틸러슨 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 아무리 이런저런 약점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트위터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질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WP의 다른 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새벽 2시쯤, 케냐 나이로비의 호텔 방에서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존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켈리 비서실장은 '보스(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면서 '주말 사이 다소 모욕적인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올 수 있으니, 알고 있어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WP는 틸러슨 장관이 켈리의 경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12일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13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해 4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트윗'을 접하고 자신이 잘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경질을 알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트윗. 사진=트럼프 개인 트위터/연합뉴스 자료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장을 받은 꼴이 됐으며, 그마저도 경질 사유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국무부의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공공정책 담당 차관은 성명을 통해 "틸러슨 장관이 경질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스타인 차관도 파면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2시를 넘겨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착잡한 목소리로 '이날 정오가 좀 지나서야 미국의 대통령으로부터 경질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원만하고 질서있는 이양'을 강조한 뒤 국무부와 국방부, 미국민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왼쪽). 사진=AP/연합뉴스 자료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틸러슨 장관을 그리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를 비판하며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NYT는 틸러슨 장관을 "가장 미약하고 무력했던 국무장관 중의 한 명"이라고 혹평하면서도 "틸러슨 장관 교체로 더 악화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퇴장을 유감스럽게 여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NYT는 새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에 대해 '매파적 접근이 북한이나 이란을 포함해 주요 국가 안보이슈에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밀어붙였고, 심지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암살'을 넌지시 내비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남긴 유행어 "넌 해고야(You're fired)" 방식의 해임이 현실에서 실제상황으로 이뤄졌다고 꼬집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CNN은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주무장관을 경질한 '타이밍'도 그렇지만, 당사자에게 통보하기에 앞서 트위터로 경질 소식을 알린 '방식'면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괴짜다운 트럼프 스타일이 발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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