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국가주의 배제 이벤트…어른이 취할 태도 아니다"

[소피아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여부를 저울질하며 외교 카드로 쓰는 데 대해 일본 언론이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16일 "정권의 행동 '유치하다'?"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2년 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총리가 평창 올림픽의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며 "배경에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의 대립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올림픽은 국가주의를 배제하는 이벤트로, 정치 이용과 국가주의를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갈등은 일단 옆에 두고 어른의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문은 "이런 정권의 행동에서 유아성을 보는 것이 과한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다음 올림픽의 개최지인 도쿄의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에 더해 개최국인 일본의 총리가 (평창 올림픽의) 개회식에 결석하겠다면 이상한 일"이라는 극작가 사카테 요지(阪手洋二) 씨의 말을 소개했다.

사카테 씨는 "한일합의를 둘러싼 외교 카드로 개회식 참석을 사용하려는 것은 아이들이 토라진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비친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유럽 순방 중인 1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기자들에게 평창 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 "국회 일정을 보면서 검토하고 싶다"는 말로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대로라면 총리의 (올림픽) 참석은 어렵다"며 올림픽 참석을 위안부 문제와 연결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도쿄신문은 평창 올림픽 관련 사안 외에도 미군기지 신설에 반대하는 오키나와(沖繩)현의 진흥 예산을 깎은 일,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거부한 일을 묶어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아베 정권은 2년 연속 오키나와현에 대한 진흥비(예산 지원)를 삭감했는데, 여기에는 이 지역 주민들이 헤노코(邊野古)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반(反)여당 성향을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베 총리는 방일 중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의 면담 요청을 일정상의 이유로 거절했지만, 여기에는 해당 단체가 일본이 참가하지 않고 있는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담스러운 곳이라는 숨은 이유가 있다.

정치평론가인 모리타 미노루(森田實)씨는 "상대의 상황을 이해해 상처 입은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버린다면 정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가) 상대의 상황을 생각해 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외교 카드로 사용하며 위협하는 등 (남을) 위에서 보는 듯한 시선으로 대응해서는 외교가 잘 풀릴 리가 없다"며 "어른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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