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되는데 이란은 왜 안되나" 허용 요구 분출

여성이 남성 스포츠를 경기장에서 관전하는게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이란에서 남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입장해 경기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에는 지역 맹주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의 남성 스포츠 관전이 허용됐는데 "이란은 왜 안되느냐"며 관전허용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후라라는 이름의 여성은 작년 말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남자 프로축구 경기에 니트모자를 쓰고 수염을 붙인 남장차림으로 입장해 경기를 관전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사자는 인터넷에서 "남장 차림으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말 젊은 여성이 수염을 붙인 남장 차림으로 남자 프로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사진이 SNS에 투고돼 화제가 됐다. 이후 주최 측이 경계를 강화했다. 12일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열린 경기에는 남장 차림으로 주최 측의 눈을 속여 입장하려던 여성 2명이 경비원에게 발각돼 입장이 좌절되기도 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인기 남성 스포츠를 여성이 경기장에서 관전할 수 없게 됐다. 여성의 관전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지만 치한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란 국회의원 일부가 여성의 스포츠 관람 허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회적 우선 관심사항이 아니다"(이란 축구연맹)라는 소극적인 목소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올부터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허용, 지난 12일 오후 8시 홍해변 도시 제다의 킹압둘라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힐랄과 알바틴의 프로축구 경기에 처음으로 여성입장이 허용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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