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불법인 인도의 왕족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6년 커밍아웃한 만벤드라 싱 고힐(52) 왕자가 사회적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성적 소수자들을 위해 자신의 왕궁을 개방키로 했다.

인도 구자라트주 라즈피플라의 왕위 계승 추정자인 고힐 왕자는 11일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에 "커밍아웃한 사람들은 아직도 강제결혼을 해야 하거나 집에서 쫓겨나는 등 가족들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오프라 윈프리 쇼 등에도 출연했던 고힐 왕자는 이에 따라 숙소가 없거나 생계 수단이 없는 성적 소수자들을 위해 선조들이 1927년 완공해 물려준 왕궁 안에 성적 소수자 전용 보금자리를 건설하고 있다.

그는 "나는 자식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좀 더 좋은 용도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왕궁 안에 방과 의료시설, 영어교습소, 일자리 마련을 지원할 직업학교를 개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후 모친으로부터 의절을 당하고 후계자 자격을 박탈당한 고힐 왕자는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자선단체인 '라크샤재단'을 설립하고 에이즈 예방 운동과 동성애자 인권 운동 등을 벌여왔다.

고힐 왕자는 영국 식민지시대 제정한 동성애 불법화 법률의 개정 문제와 관련, "이번에 법률이 개정된다면 더 많은 성적 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촉진하고 이들이 더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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