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연장선" vs "이웃사랑에 동물사랑 희생돼선 안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커스 공연에 노숙자를 비롯한 소외계층 2천100명을 초대한 것을 두고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서커스가 동물에게는 고통인데 교황이 이를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바티칸 봉사단체가 10일(현지시간) 노숙자, 저소득층, 난민, 죄수 등 2천100명을 서커스 공연에 초대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온 후 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이탈리아 동물보호연맹의 카를라 로키 대표는 성명에서 "서커스 동물은 억류와 착취 등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다수 국민과 신자는 다른 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동물에 대한 사랑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들도 '어떤 피조물에 대한 학대도 인간의 존엄에 반한다'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을 언급하며 바티칸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바티칸은 성명을 통해 "너무 심각해서 극복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삶의 어려움과 고초를 극복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려는 것"이라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서커스장 밖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하고 '연대 서커스'로 이름 붙인 이번 공연에 초대한 소외계층에게는 음식 상자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커스 공연 초대는 바티칸 봉사단체가 소외계층을 위해 해온 목욕, 이발, 급식 등 봉사활동의 연장 선상이라고 강조했다.

서커스 매니저도 "서커스는 모두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쇼"라면서 "교황은 입장권을 살 돈이 없는 이들에게 관람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순수한 취지를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인 레감피엔테의 안토니노 모라비토 대표는 "동물을 야생에 있는 것처럼 최적의 환경에 둘 수 있는 동물원이나 서커스는 분명히 없다"면서도 "교황의 사회적 메시지는 이런 특정한 문제를 다룬 것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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