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후 작성…"책상서 만든 매뉴얼로는 부족…훈련 통해 보강해야"
"교내방송 통한 대피훈련 무의미…진동 느끼면 움직이게 지도해야"

지진 대피훈련[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3월 일본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시(釜石市).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곳 초·중등학생 3천여명은 대부분 화를 면했다.

중학생들이 초등학생 손을 잡고 침착하게 대피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가마이시의 기적'으로 여겼지만, 기적이 아니라 평소 구체적인 대피지침을 만들어 놓고 반복 훈련한 결과였다.

교육부 '학교시설 내진 적용 현황'을 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내진성능을 확보한 학교건물은 7천738곳으로 내진성능이 필요한 건물의 24.3%(내진율)에 그쳤다.

학교건물 내진율은 1년 전보다 불과 0.5%포인트 올랐다.

내진율을 빠르게 올리기 어렵다면 지진 발생 시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시킬 매뉴얼이라도 충실히 갖춰둬야 한다.

19일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교방재 매뉴얼(지진·쓰나미) 작성 지침서'를 살펴봤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작성된 이 매뉴얼에는 평상시 대피훈련 방법부터 학생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관리하는 법까지 지진·쓰나미와 관련해 학교가 고민해야 할 사실상 모든 상황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각각 지침이 매우 자세했다.

예를 들어 매뉴얼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을 학교에 대기시킬지, 집으로 돌려보낼지' 지침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은 물론 구체적인 절차와 함께 학생 인적사항을 담은 인계카드 등 평소 준비해둬야 할 것까지 규정했다.

또 매뉴얼에는 학생들을 학교에 남겨두기로 했다면 식량·숙박대책은 물론 학교상담사 등을 활용한 학생들 '심리케어'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부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도 작년 개정되면서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학생들을 귀가시킨다는 지침이 생겼지만,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집까지 보낼지 절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빠져 있다.

문부성 매뉴얼은 또 실제 재난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 지침들로 구성돼 있었다.

매뉴얼은 평상시 훈련에 대해 "진원지에서 가까우면 경보음보다 진동이 먼저 오는 때도 있다"면서 "교내방송으로 '대피하세요'라고 알리면 학생들이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실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진동을 느끼거나 경보를 듣는 순간 (스스로) 판단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학교가 지역방재의 거점이 될 수 있다"면서 "고등학생들은 방재활동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으니 봉사자세에 대해 지도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특수학교를 위한 지침작성 시 유의점도 매뉴얼에 담겼다.

지진·쓰나미 발생 시 장애학생들이 특히 더 겪는 문제와 함께 '간결한 말과 수화로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설명한다'는 등 구체적인 대응법까지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내용은 우리나라 매뉴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부성 매뉴얼은 "책상에서 만든 매뉴얼로는 충분치 않으며 매뉴얼을 토대로 훈련하고 그러던 중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계획-실시-평가-개선'의 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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