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 외교'가 이번에도 화제다.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는 취임 초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지만, 이번 순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자리는 물론 개별 행사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우아하면서도 방문국을 배려한 뛰어난 감각의 패션 스타일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다.

일본과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동안 하루에도 여러 공식 일정을 소화했던 멜라니아 여사는 그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등장했다. 이때 선보인 의상은 방문국의 전통코드를 은근히 내포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일본 도쿄에 도착했을 당시 멜라니아 여사는 차분한 느낌의 검정, 오렌지, 베이지색 등이 스트라이프 무늬로 어우러진 발렌티노 코드를 입었다.

그날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가 주재한 정상 만찬에서는 선명한 붉은색의 가운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 색과 형태에서 일본 국기인 일장기 혹은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7일 서울에 도착했을 당시 자줏빛(짙은 와인색)의 오버 사이즈 코트와 파란색 하이힐 차림이었다. 코트는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페인 브랜드 '델포조' 제품이었다.

브랜드 자체는 한국과 별다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여밈과 다소 과장된 구조의 이 코트는 한국 저고리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는 화려한 자수가 놓인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멜라니아 순방 패션을 분석한 기사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청와대 만찬에서 입은 이 드레스의 가격이 9천516파운드(약1천400만원)에 달해, 순방 기간 입었던 의상 중 가장 비쌌다고 전했다.

중국에는 한층 과감한 의상을 선보였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그는 오리엔탈 풍의 꽃무늬가 그려진 롱드레스를 입었다. 이 의상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 작품으로, 가격은 3천달러(약 340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검은색 바탕에 화려한 자수가 새겨진 치파오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었다. 팔목에 분홍색 퍼를 더했고, 이에 맞춰 분홍색 하이힐을 신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시스루 검은색 치파오를 입고 멜라니아 여사를 맞았다.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10일 판다 관람을 위해 베이징 동물원을 방문한 멜라니아 여사는 흰색 치마에 검은색 코트로 마치 판다와 색을 맞춘 듯한 의상을 선보여 '판다 패션'이라는 평도 들었다.

동물원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중국 전통 의상인 탕좡(唐裝)을 입은 판다 인형으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의상 대부분이 명품 브랜드 제품이다 보니, 비용도 상당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멜라니아 여사가 한·중·일방문기간 옷에 들어간 돈이 4만2천달러(약 4천7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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