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김정남 공격 진두지휘…성공직후 출국장으로 이동

2016년 2월 20일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공개한 김정남 암살 용의자 5명의 사진. 왼쪽부터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 리지우. [EPA=연합뉴스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관여한 북한인 용의자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의 모습이 담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CCTV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26일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김정남 암살사건 공판에서 범행 당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영상은 '하나모리'란 가명을 쓰는 동양인 남성이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다른 공범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공항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하나모리는 북한 외무성 소속 홍송학(34)으로 추정되는 '장'이란 인물과 '와이(Y)'로 불리는 남성을 각각 접촉했다.

장과 와이는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의 손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직접 발라주며 김정남을 공격하도록 지시한 인물들이다.

와이는 손에 물병을 든 채 도안 티 흐엉과 함께 김정남이 공격을 받은 장소 인근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조사 결과 하나모리는 이번 사건의 지휘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정남에 대한 공격이 성공하자 하나모리와 장, 와이는 같은 차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이동했다.

이들이 이용한 차량은 사건 초기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46) 소유의 도시형 밴이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시티 아이샤를 포섭한 인물인 '제임스'가 이날 공항내 호텔에서 체크아웃 절차를 밟은 뒤 하나모리, 장, 와이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임스는 북한 국적 용의자 리지우(30)가 사용했던 가명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홍송학과 오종길(55), 리지현(33), 리재남(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이 사건 당일 출국해 인도네시아와 두바이, 러시아 등을 경유해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리지우는 치외법권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숨었다가 추후 출국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함께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하나모리와 와이가 오종길이나 리지현, 리재남의 가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완 아지룰은 남성 공범 4명의 신원과 관련해선 가명 외에 밝혀진 정보가 없다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도움을 받아 이들의 행적을 쫓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편, 김정남은 피살 당시 '김 철' 명의의 북한여권 4매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완 아지룰은 전날 공판에서 김정남이 각기 다른 나잇대의 사진이 부착된 여권 4매를 갖고 있었다면서, 여권은 현지 북한대사관에 인도했지만 복사본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하기 위해 사망자가 갖고 있던 여권이 위조여권이 아닌 진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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