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산불에 고전적 진화방법 한계…"우기 기다리는 시간 싸움될 수도"

1만1천 명의 소방인력, 880대의 소방차, 134대의 불도저, 14대의 헬리콥터와 소방 비행기.

캘리포니아주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진화 인력과 물량 투입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땅 나파밸리에서 시작된 북 캘리포니아주 산불은 15일 오후(현지시간)까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확산하면서 사망자 수는 40명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타들어 간 면적은 21만7천 에이커(2억6천500만 평·878㎢)로 서울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화재를 피해 대피한 주민은 최고 10만 명에 달하고, 실종자 수는 400명, 소실된 건축물은 6천 채가량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은 먼저 자연적 요인 때문이다. 특히 '디아블로 윈드(악마의 바람)'는 이번 화재의 원인 제공자이자 진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네바다·유타·캘리포니아·아이다호·와이오밍·오리건 등 6개 주에 걸쳐 있는 광대한 분지(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에서 형성돼 이맘때쯤 로키산맥을 넘어 해양 쪽으로 넘어오는 늦여름 높새바람은 저고도에서 기압이 증가하며 대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풍속은 빨라지며 습도는 떨어뜨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산불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BBC 방송은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산불에 대한 첨단 해결책은 없다"면서 "소방관들은 고전적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리콥터와 DC-10기 등 비행기들은 대기 온도를 식히고 산불 현장에서 산소를 빼앗기 위해 물과 난연제를 쏟아 붓고 있다. 소방관들은 불길의 길목이 되는 지점에 고의로 화재를 내 산불의 확산을 차단하는 이른바 '봉쇄선'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지난여름 고온 저습 상태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산림이 바싹 말라 있어 봉쇄선을 매우 멀리에 치지 않으면 오히려 산불과 연결돼 더 큰불로 확산할 수 있다.

BBC 방송은 "캘리포니아는 주민 대피나 진화 전략을 넘어서 위(하늘)로부터의 어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식물을 적셔주고 대기를 식혀줄 비가 내려야 하지만 이는 기다림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아직 우기는 최소 한 달가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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