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수상자·유엔 안보리까지 비판…이란 최고지도자 "잔인한 여자"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국제사회로부터 집중난타를 당하고 있다.

수치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에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서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나서 수치의 행동을 촉구했지만, 그는 로힝야족 사태를 '가짜뉴스'라고 호도하며 방관으로 일관해 국제사회에 실망을 안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수치는 지난달 25일 시작된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간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로 사망자와 난민이 속출하는데도 사태를 묵인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인 불교신자가 대부분 미얀마에서 '벵갈리'(방글라데시 불법이민자)라고 비하당하며 박해를 받아왔다.

수치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치자 사태 발발 10여 일 만에 "(로힝야족 학살주장은) 엄청난 규모의 조작 정보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첫 반응을 내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수치가 수차례의 투옥과 가택 연금을 거치며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끈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1991년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배신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스먼드 투투 주교는 "미얀마 최고 실권자 자리에 오른 정치적 대가가 당신의 침묵이라면 확실히 대가는 아주 컸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지난 12일 "로힝야족 무슬림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범죄는 수치의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그는 매우 잔인한 여자"라고 공격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미얀마 로힝야족 인종청소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공식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수치에 대한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그동안 미얀마를 두둔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규탄성명에 동참한 것이 눈길을 끈다.

수치도 이런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듯 유엔 총회 참석 계획을 취소하고, 헨리 벤 티유 부통령을 유엔 안보리 회의에 대신 참석하게 했다.

하지만 미얀마 상황에 정통한 외교관이나 전문가들은 수치가 야당 지도자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 때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박해문제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수치의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암묵적으로 군부와 결탁해 지난 50년 동안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를 눈감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웅산수치가 국제정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묵하고 있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수치가 미얀마의 실권자라는 대외 인식과 달리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군부의 막강한 장악력에는 못 미쳐 로힝야 사태에 개입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미얀마 국가 전체가 똘똘 뭉쳐 로힝야족을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만큼 수치가 입을 열기는 쉽지 않다는 두둔도 목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가디언에 "현재 미얀마 정부는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이는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느끼는) '피포위 심리'(siege mentality)다. 수치는 자신과 미얀마가 공격당했다고 생각하고, 나라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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