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중 외교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50)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미국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명보(明報)는 7일 궈원구이가 지난 6일 버몬트주에서 미국 이민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신청서에는 '마일스 궉'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궈원구이는 "조국은 나를 해치려고 한다"면서 "망명이 받아들여진다면 중국 당국도 더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관광 비자(B1/B2)로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몇 주 이후면 기한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궈원구이의 현지 체류 문제를 돕고 있는 변호사 토마스 랙랜드는 "그의 비자가 10월 말로 만료되기는 하지만 궈원구이가 망명 신청을 한 것은 비자 기한 만료와 관계없고 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비춰보면 2∼3년이면 미국 당국의 첫 결정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모든 망명절차가 끝나는 데 10여 년이 걸린다고 전했다.

뉴욕에 체류하고 있는 궈원구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 실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잇달아 폭로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19차 당 대회 개막일인 다음 달 18일 또 다른 내막을 폭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셈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궈원구의의 성폭행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체포를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궈원구이는 중국에서 뇌물공여, 납치, 사기,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인터폴은 중국 경찰의 요청으로 이미 그를 적색수배(Red Notice)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궈원구의의 망명을 수용한다면 미·중 간 외교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궈원구이를 중국의 반체제 인사로 지정해 중국과 막후 거래를 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00년 형사사법 협력협정을 체결했지만, 여기에는 정치범에 대해선 다른 한쪽이 증거수집 등 협력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단서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명보는 지적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6월 성폭행범 한 명을 중국으로 송환한 적이 있는데 최근 중국 당국은 궈원구이가 미국과 영국에서 여비서를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내세워 조사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상하이·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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