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잔인하다" 강력 비판…민주당 반발속 공화당 일부 가세로 최종결론 '안갯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현행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약 80만명의 청년이 6개월 뒤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어릴 때 불법 이민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약 80만명의 청년이 6개월 뒤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재미 한인 청년1만여명도 추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현행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결정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한이 닥칠 때마다 행정명령을 갱신해줬고, 청년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최대 80여만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인 트위터 계정에 "의회, 일할 준비를 해라. 다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오바마 대통령의 다카 행정명령에 대해 "불법적인 사면"이라며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드리머(Dreamer·추방대상 청년)는 어릴 때 미국에 와, 여기서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 이들 중에는 아주 뛰어난 아이들도 있다. 관대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유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순 없다"며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정부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위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에따라 신규 노동허가증 신청 및 발급은 중단되지만 기존 수혜자들은 6개월간 지금과 같은 지위가 부여된다.

세션스 장관은 "이민정책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폐지입법'을 촉구했다. 그러나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폐지와 유지로 당론이 갈린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이 유지에 가세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지 결정에 워싱턴DC 백악관 앞을 비롯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다카 프로그램을 도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지 결정에 성명을 내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젊은이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잔인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 주요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나 회사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다카 폐기는 드리머를 짓밟는 잔인한 짓"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다카 폐기 무효화 로비를 해 나갈 것을 공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다카 폐기 결정은 단지 잘못된 결정만이 아니다"며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플은 의회 지도자들과 '꿈꾸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가세했다. 현재 애플에는 다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2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주변에서는 드리머를 포함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불법체류자이지만 두렵지 않다"(Undocumented and unafraid)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했다.

한인 사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인 불법체류 청년들은 7000명~1만여명으로 직장인보다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카 대상자는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알지 못하며 드러내놓고 도움을 주고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적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7일 전화를 이용한 설명회를 열고 인터넷사이트(nakasec.org/daca)를 통해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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