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대표팀 의무실장을 지낸 망명인사의 폭로로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약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쉐인셴(薛蔭한<女+閑>·79) 전 중국 국가대표팀 의무실장은 최근 중국의 역도, 수영, 육상, 체조 등 종목에서 광범위하게 흥분제가 사용되고 있다고 폭로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5일 보도했다.

심지어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던 '체조 왕자' 리닝(李寧)도 이 약물을 사용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올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여자 역도선수 8명의 도핑 양성반응 사실을 발표하며 메달을 대거 박탈한 이후에 또다시 불거진 약물 파문이다.

이중 역도 여자 69㎏급 류춘훙(劉春紅), 75㎏급 차오레이(曹磊) 등 금메달리스트 2명이 IOC 결정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지난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를 기각했다.

쉐인셴은 1980∼2000년대 중국 국가체육위원회 훈련국의 수석운동의학 전문가로 11개 국가대표팀의 의무감독조 조장을 지냈다. 쉐인셴은 흥분제 사용에 반대해 금지약물 사용 스캔들을 고발하는 바람에 탄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중국 체육계에서 역도, 수영, 육상, 체조 등 종목이 흥분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영역이라며 진상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체육위원회가 지난 1978년 운동선수에 흥분제를 투여키로 하고 전문가를 프랑스에 파견해 흥분제 사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 쉐인셴의 주장이다. 이 계획은 당시 국가체육총국 리푸룽(李富榮) 부국장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또 1988년 리닝이 자신에게 의무팀장이 몰래 흥분제 4개를 주사한 사실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힘이 생긴 것처럼 느꼈으나 후에는 쓸모가 없었다고도 했다.

결국 쉐인셴은 리닝에 대한 흥분제 사용을 거부해 국가대표팀에서 해임됐고 이후 24시간 공안의 감시와 출국 제한 조치를 받았으며 남편도 구타당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년간 흥분제 사용 관련 내용을 기록한 68권의 업무 일지를 IOC 위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쉐인셴은 최근 아들 부부와 함께 독일로 피신, 독일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라고 자유아시아방송은 전했다.

쉐인셴은 지난해 5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중병을 앓고 있으나 베이징의 3개 병원 모두 진료도, 처방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언제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쉐인셴은 외교가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떠날 수 있었다.

대만 중앙통신도 쉐인셴이 독일로 피신한 지 2개월이 지났고 독일 난민수용소에서 생활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폭로로 중국 체육계의 흥분제 스캔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류춘훙·차오레이 사건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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