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한국 19일 주파…수에즈운하 거치는 남부루트보다 30% 빨라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수주한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쇄빙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는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기업이 건조한 러시아 선박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해를 쇄빙선 없이 통과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같은 기록은 한편에서 항로개척, 화물운송의 이정표로 여겨지나 지구온난화가 심해졌다는 증거라서 다른 한편에서는 큰 우려를 사고 있다.

러시아 국영 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의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쇄빙LNG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Christophe de Margerie)'는 LNG를 싣고 지난달 27일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19일 만에 충청남도 보령에 도착했다.

이는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전통적인 남부 수송경로 운항 때보다 30%나 빠른 것이다. 북극해 항로를 지나는 데는 6.5일밖에 걸리지 않아 최단시간에 통과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3억2천만 달러(약 3천600억원)에 달하는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다. 길이 299m, 폭 50m의 '아크(ARC)-7'급으로,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나갈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해 항로는 그동안은 얼어붙어 있어 선박 통과가 어려웠지만,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항해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상선이 운항하려면 쇄빙선을 동반해야 했다.

소브콤플로트 측은 이 쇄빙LNG선은 매우 빠르고, 특히 이전에는 항해에 필요했던 쇄빙선이 없어도 된다면서 "선박이 북극해 경로로 일 년 내내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극해 운송 시대의 개막은 기업들에는 시간과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오염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북극해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북극해를 이용하는 상선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북극해를 이용한 화물수송이 2020년까지 10배 늘어나 연간 6천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해양학자 사이먼 복스올은 "내일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가속도가 붙은 북극의 해빙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2020년까지 북극해 항로는 점점 더 많이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