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필리핀 상원에서 열린 17세 고교생 피살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숨진 고교생의 어머니(가운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AF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 과정에서 30명 넘는 미성년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이런 인명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인권 보호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CNN 필리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상원은 전날 고교생이 마약 단속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공권력 남용을 추궁했으나 사법당국과 경찰 수장 모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6일 필리핀 북부 루손 섬 칼로오칸 시에서 비무장 상태의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가 마약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약 유혈소탕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부 장관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미성년자들이 숨진 것과 관련, "부수적 피해"라며 "산토스의 죽음이 너무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아기레 장관은 "경찰의 마약 단속으로 체포된 517명의 미성년자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사망사건은 드문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어린이 인권보호단체인 CLRDC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진 마약 유혈소탕전으로 최소 31명의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작년 9월 마약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함께 타고 있다가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4세 여아가 최연소 피해자다.

프랭클린 드릴론 상원의원은 아기레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경찰을 보호하려는 편견이 너무 뚜렷하다"고 질타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산토스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사살된 유일한 미성년자라고 말했다가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치토 가스콘 국가인권위원장은 산토스를 포함해 미성년자 6명의 피살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산하 국가수사국(NBI)에 산토스 사건 조사를 지시했지만 아기레 장관의 태도에 비춰볼 때 공정한 조사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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