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츠'류 화학물질, 동물실험선 불임·태아기형 유발 확인

아주 흔히 사용되는 각종 생활용품 속 살균소독제 성분의 유해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지노 코르토파시 교수팀은 '쿼츠'(Quats)계 화학물질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를 손상하고 성호르몬에 대한 반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동물실험에서 쿼츠가 불임과 태아 기형 등을 유발한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면서 쿼츠의 유해성이 매우 근본적이고 폭넓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4급 암모늄 화합물' 쿼츠 계 화학물질은 손·구강 살균 세정제를 비롯해 섬유 및 공기 탈취제, 치약, 샴푸, 로션, 섬유유연제, 세제, 녹여 먹는 인후염 치료제, 살정제, 점안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아주 흔히 사용되고 있다.

코르토파시 교수팀은 미국서 시판 중인 생활용품과 의료용품에 사용되는 화합물과 약품 1천600종을 수거해 동물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미토콘드리아 저해제로 가장 유력한 10개 가운데 6개가 쿼츠계 물질이었다.

실험실 내에서 쿼츠에 세포를 노출한 결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저해하고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 신호 반응 기능이 손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호흡과 세포 내 청소 등에 관여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에스트로젠은 여성의 2차 성징이나 생식 등과 관련된 호르몬이다.

연구팀은 또 살충제 로테논이나 MPTP 등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해하는데 여기에 노출된 사람은 7-14년 내에 파킨슨병이 발생한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에 비춰볼 때 쿼츠도 유사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발행하는 학술지 '환경보건전망(EHP)에 22일(현지시간) 실렸다.[https://ehp.niehs.nih.gov/ehp1404/]

◇ 불임·기형 유발

한편 미국 버지니아공대 테리 흐루벡 교수팀은 앞서 쥐를 쿼츠에 지속 노출하면 암수 모두 생식능력이 저하 또는 상실되며, 쿼츠 노출을 중단해도 손자 세대까지 불임이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흐루벡 교수팀은 또 임신 기간 쿼츠에 노출된 암컷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의 경우 신경관 손상이라는 태아 기형이 나타났다는 연구논문을[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bdr2.1064/abstract]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관 손상은 척추갈림증 무뇌증 등의 원인이다.

실험실 내 생체 외 실험이나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항상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 미국 환경청을 비롯해 주요국은 쿼츠계 화학물질에 대해 일정 수준 규제하고는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

흐루벡 교수는 쿼츠가 전에 생각했던 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쿼츠에 노출되는 상황이어서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코르토파시 교수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하면서 문제는 인간이 이 화학물질들을구체적으로 어느만큼 흡수하는지를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 화학물질에 2종 이상 노출되면 상승효과로 유해성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개별 제품엔 한 가지만 미량(또는 기준치 이하)들어 있다고 안심해서 안되며 종합적, 누적적 효과와 규제 기준치 연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1950년대부터 '좋은 살균제'로 사용되어 온 쿼츠는 '제4급 암모늄 화합물'의 영어 줄임말이며 매우 종류가 많다.

쿼츠는 세균의 세포막을 용해해 죽이는데 문제는 이런 기능이 동물이나 사람의 세포에도 유사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르토파시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선 가장 흔한 쿼츠 중의 하나인 염화세틸피리디늄과 염화벤잘코늄 등이 실험에 사용됐다.

이는 미국에서 시판 중인 유명 기업들의 치아미백제, 구강청정제, 손 세정제, 항균 세척제 등에 들어 있다.

또 흐루벡 교수팀 실험에선 쿼츠 가운데 살균 세정제나 정전기 방지제 등에 흔히 쓰이는 2종이 사용됐다. 하나는 '알킬 디메틸 벤질 암모늄 클로라이드'(ADBAC)이다. 다른 하나는 탈취제 페브리즈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인 '디데실 디메틸 암모늄 클로라이드'(DDAC)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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