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미국 곳곳서 백인우월주의 반대 시위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차량에 한 시민이 부딪히는 모습[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충돌 사태를 '백인우월주의 폭력'으로 규정하길 꺼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백악관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과 편견, 증오를 비난했다"면서 "이 비난에는 백인우월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신(新)나치주의자, 그리고 모든 극단주의 단체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의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있다고 지목하지 않아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하루 만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에 맞섰던 반대편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백악관 성명에 이어 주요 인사들도 앞다퉈 민심 다독이기를 시도했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위 주도 세력과 관련해 "위험한 이들 비주류 단체는 미국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증오와 폭력, 백인우월주의자, 신나치주의자, KKK를 용인하지 않으며 그들을 가장 강력한 말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NBC방송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샬러츠빌 폭력사태를 "국내 테러"라고 말했다.

톰 보설트 국토안보 보좌관도 CNN방송에 나와 나치와 백인우월주의자를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신나치가 설 땅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종차별을 묵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민주당 소속인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시위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행동에 맞서 "더 강하게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특히 집권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콜로라도)·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이번 사태를 '국내 테러'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해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트위터로 "우리는 샬러츠빌에서 행동한 사람들 같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을 거부한다"며 "모든 지도자는 이를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악관 '권력 암투' 끝에 열흘 만에 해임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 역시 해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스카라무치는 이날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입장 표명을 언급하며 "나라면 그 발언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백인우월주의자들에 관한 일이므로 그(트럼프 대통령)는 더욱 가혹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샬러츠빌 유혈 충돌사태는 백인우월주의자를 비롯한 극우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와 이에 맞선 항의 시위대 간 충돌로 발생했다.

특히 "트럼프 집회에 참석하러 간다"며 집을 나간 20대 남성 공화당원이 차를 몰고 항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1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모두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종주의자들에 항의하는 반대 집회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13일 뉴욕, 시애틀, 덴버 등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고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또한, 문제의 백인우월주의자 시위를 주최한 샬러츠빌 거주 블로거 제이슨 케슬러는 시위 후 시청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물러나기도 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