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옆 지정석 놔두고 푸틴 옆에 가서 앉아…"아연실색하게 하는 장면"

트럼프 "가짜뉴스가 정상만찬을 사악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반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 차례 더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두 정상의 비공식 만남이 더 있었다는 것이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러 정상의 비공식 만남은 공식 양자회담과 같은 날 열린 G20 정상들의 만찬 자리에서 이뤄졌다. 이날 만찬의 참석 대상은 각국 정상과 배우자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중간쯤 자리에서 일어나 푸틴 대통령에게 다가간 뒤 옆자리에 앉았다고 익명을 요청한 미 정부 고위 관료가 WP에 전했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ABC뉴스에 "만찬이 끝나갈 때 대통령이 푸틴에게 말을 걸었다"며 다소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였고, 푸틴 대통령도 공식 통역사만 대동하고 있었다.

두 정상은 러시아 통역사를 통해 한 시간가량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WP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장에 영어-일본어 통역사만 데려갔기 때문이었다. 원래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정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옆자리였다.

이들의 비공식 대화 내용은 백악관 공식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구두로 전달해준 내용이 전부이다.

언론에도 알리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만남은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가 지난 17일 고객들에게 보낸 뉴스레터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2명의 참석자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브레머 대표는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활발한 대화에 어리벙벙하고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미·러 정상회담에서 예정된 35분을 훌쩍 넘겨 무려 2시간 15분 동안 대화를 이어간 것은 물론 만찬장에서 이례적으로 긴 회동을 한 것은 그가 G20 내내 얼마나 푸틴 대통령과 우정을 다지는 데 공을 들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적국의 리더와 지나치게 친밀한 장면을 연출한 것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WP는 내다봤다.

아울러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트럼프 행정부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추가 만남은 두 정상 사이의 관계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두 정상의 비공식 추가 만남을 사실로 확인하면서 '두 번째 회동'(second meeting)이 아니라 '짧은 대화'(just a brief conversation)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잇따라 글을 올려 비공식 만남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는 점점 더 부정직해지고 있다"며 "독일에서 '톱20' 정상들을 위해 마련한 만찬조차 사악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과의 비밀 만찬이라는 가짜뉴스의 보도는 역겹다"며 "모든 G20 정상과 배우자는 독일 총리의 초청을 받았고 언론도 그 사실을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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