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정부에 문의하도록 하라…지금은 대화조건서 멀어"

한국 "대북 제의 전 美에 충분한 설명…한미간 큰 차이 없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4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관련한 후속조치 진행 계획을 설명했다. 당시 통일부는 내퍼 대사대리가 우리 정부의 계획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우리 정부의 '남북 군사+적십자 회담' 제의에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미국의 이같은 태도가 복잡한 셈법 속 침묵 중인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8일(우리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왔고, 이 조건들은 지금은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본격적인 대화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미국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남북회담 제의) 발표 이전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한 설명이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미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이번 남북회담 제안은 한미 공동성명에 적시된 내용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미 정부의 반응도) 불만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제안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측면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우리 정부가 남북 회담을 제의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애덤스 대변인은 대신 "한국 정부에 문의하도록 하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겼다.

게리 로스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외교안보 당국 내 사전 조율을 거친 듯 "한국 정부에 문의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행보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은 아직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북한에서 반응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을 통해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을 제안했다.

이에 북한은 15일에서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으면서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뒤 다시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북측이 이같이 복잡한 셈법 속에 미국과 우리 측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지,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을 우선 요구하면서 역제안을 할지, 아니면 또다른 돌발적인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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