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자 후보군 쑨정차이 돌연 낙마로 차기 권력구도 '요동'

황사로 희뿌연한 중국 톈안먼, 2017. 3.20
중국의 차기권력 판세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중 한명으로 꼽히던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가 돌연 낙마한 것이다.

25명으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의 한명으로 그는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충칭시 서기직을 잃고 그 자리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 서기에게 내줬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쑨 서기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쌍규(雙規·기율당국이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 전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빈과일보도 쑨 서기가 14일 베이징 금융공작회의에 참석한 직후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징시(京西) 빈관에 구금돼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쑨 서기는 18기 체제에서 처음으로 조사를 받는 현직 정치국 위원이 된다.

쑨 서기의 돌연한 낙마는 19차 당 대회의 권력재편과 차기 권력구도에 엄청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천거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쑨 서기는 정치국 위원 당연직인 4대 직할시 시장의 한명으로 현재 7명 체제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것이 유력시돼 왔다.

특히 '류링허우'(60後·1960년 이후 출생세대)의 최연소 정치국 위원으로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함께 차기 지도자 후보중 한명으로 꼽혀왔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천민얼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할 것이 유력시된다. 쑨 서기를 대체해 차기 지도자중 한명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성 선전부장을 맡아 현지 저장일보에 매주 한 차례씩 시진핑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 동안이나 썼을 정도로 시 주석의 심복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태는 중국 최고권력의 '징검다리식 승계' 전통까지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후진타오(胡錦濤)를, 장쩌민(江澤民)이 시진핑을 차차기 지도자로 낙점하는 권력교체 방식이 정착돼 왔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 시대에 차차기 지도자 후보로 꼽히던 쑨 서기와 후 서기는 큰 과오가 없는 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단에 진입해 최고지도자를 향한 경쟁과 시험을 거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번 쑨 서기의 낙마는 시 주석의 1인체제 강화와 함께 자신의 친위세력을 주변에 포진시키는 포석으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권력구조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후진타오 시대에 선출된 쑨 서기의 낙마는 차기 권력을 놓고 시진핑과 후진타오 연맹이 장쩌민 세력에 맞서고 있는 체제구도에도 균열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사정당국은 최근 들어 후진타오와 리커창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조직에 대한 대대적 척결작업을 벌였다. 시 주석이 퇀파이(團派) 인사들만 차기 지도자 후보에 올려진 것에 마뜩잖아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퇀파이 선두주자중 하나였던 루하오(陸昊·50)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도 시 주석 체제 이후 입지가 줄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 주석은 특히 19차 당대회에서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유임시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현재 69세인 왕 서기가 유임하게 될 경우 중국 공산당의 암묵적 관행이었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전통도 파기하게 된다.

10년 임기의 5년 반환점을 돌게 되는 시 주석은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후임 후보를 임명해야 하기 때문에 쑨 서기의 낙마, 왕 서기의 유임 등은 시 주석이 10년을 넘어 자신의 15년 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 체제로 유지한다면 시진핑, 리커창(李克强), 왕치산 3명 외에 이번에 충칭시 서기가 된 천민얼 서기와 함께 '리틀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충성파'로 바뀐 후춘화 서기가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시 주석의 측근세력인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와 리훙중(李鴻忠) 톈진시 서기도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단 물망에 오른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하이방 세력인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도 장쩌민을 등에 업고 입상(入常·상무위원단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서기는 시 주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쩌민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시 주석의 상하이시 서기시절 함께 일했던 사이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왕양(汪洋) 부총리와 함께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인사들도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인 당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현행 7명에서 5명으로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 재편되든 모두 시 주석이 자신의 집권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될 2기 체제에 친위세력을 대거 핵심 지도부에 포진시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만은 분명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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