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심장저널에 발표

근무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심장이 고르게 뛰지 않는 부정맥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미카 키비마키 역학 교수 연구팀은 주당 근무 시간이 55시간 이상인 사람은 부정맥의 가장 흔한 형태인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4일 보도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하면서 가늘게 떠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뇌졸중 또는 심부전 위험이 커진다.

안정 시 정상 심박 수는 1분에 60-100회이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140회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1991~2004년 사이에 영국,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에서 남녀 총 8만5천4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8건의 연구 자료를 종합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키비마키 교수는 말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정규 근무 시간이 주당 35~40시간, 41~48시간, 49~54시간, 55시간 이상인 그룹으로 나누고 10년 동안의 심방세동 발생률을 추적 조사했다.

그 기간에 전체적으로 1천61명이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이는 1천 명 당 12.4명꼴이다.

그러나 주당 근무 시간이 55시간 이상인 그룹(4천484명)은 심방세동 발생률이 1천 명 당 17.6명으로 약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결과는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비만, 운동, 흡연, 음주 등 다른 심방세동 관련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키비마키 교수는 설명했다.

심방세동이 발생한 사람은 10명 중 9명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보다는 장시간의 근무가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요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키비마키 교수는 지적했다.

심방세동 위험이 40% 더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과체중, 흡연, 운동부족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지녔거나 이미 심혈관질환이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 분석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근무 시간을 단 한 차례밖에는 조사하지 않았고 직업의 종류와 근무형태(야근 등)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8만5천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것이 이 분석의 강점이라고 키비마키 박사는 강조했다.

근무 시간을 중간중간에 더 조사했더라면 이상적이긴 하겠지만 직장인들의 근무패턴은 통상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 번 조사했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7월 14일 자)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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