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뢰도도 2년 전 신뢰 57%에서 이번엔 불신 54%로 역전

세계의 트럼프 불신 74%에 대미 호감도도 49%로 추락…대중 호감도 47%와 비슷해져

퓨리서치센터 "아시아에서 대중 호감도 하락세"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비호감 61%, 호감 34%(나머지 5%는 잘 모르겠다/무응답)로 나왔다. 2년 전 호감 61%, 비호감 37%와 정반대로 변한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 비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중 호감도는 이 기관이 지난 2002년부터 올해 봄까지 모두 9차례 실시한 조사 가운데 최저치다.

퓨리서치는 급락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사드의 한국 배치를 이유로 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2002년 조사 때는 호감도가 6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이후에도 2009(41%), 2010년(38%)을 제외하곤 40% 후반에서 60% 초반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조사에 포함된 다른 37개국 국민의 대중 호감도와 비교해 봐도, 지난 2년 사이 호감도가 떨어진 나라들 가운데 한국의 낙폭(27% 포인트)이 베트남(9% 포인트), 인도네시아(8% 포인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크다.

대중 호감도는 베트남이 10%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낮고, 이어 일본 13%, 인도 26%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중국과 영토 분쟁 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세 나라 다음으로 이탈리아 31%, 터키 33%, 한국과 독일 각 34% 등으로 낮았다.

대륙별로 보면, 최근 중국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아프리카(59%. 중간값)와 중동(53%), 중남미(51%)에선 호감도가 높고, 유럽은 호감 43%, 비호감 44%, 미국은 호감 44%, 비호감 47%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이 속한 아시아에선 호감 34, 비호감 41%로 비호감이 호감보다 뚜렷이 많이 나오는 등 호감도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이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도 호주는 64,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55%로 호감이 절반을 넘어 최근 경제·정치적 양자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아시아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2002년 조사 때 55%였던 호감도가 2013년 5%로 추락했다가 2017년 13%로 다소 오르는 등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의 대중 호감도 급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신뢰 추락과도 궤를 같이했다. '시 주석이 국제문제에서 옳은 일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불신'이 54%, '신뢰'가 38%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에선 신뢰 67%, 불신 29%였던 것이 대중 호감도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반전한 것이다. 2014년에도 신뢰(57%)가 불신(37%)보다 훨씬 높았다.

시 주석에 대한 신뢰도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보다 전반적으로 낮다.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중남미 국가들은 대중 호감도는 각각 43%와 51%로 비교적 높은 데 반해 시진핑 신뢰도는 19%와 22%로 지역별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어 중동 28, 북미 30, 아시아 34, 아프리카 49% 순으로 낮다.

전체적으로 시 주석에 대한 불신도가 53%로 절반을 넘어섰으나, 시 주석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74%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이라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불신도는 59%.

이들 3명과 함께 신뢰도 문항에 포함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뢰 42%, 불신 31%, 모름 18%로 유일하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많다.

오바마 행정부 말과 트럼프 행정부 시작 때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적으로 64%에서 49%로 급락, 중국 47%와 비슷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미국에 대한 비호감으로 이어졌다"고 퓨리서치는 설명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도국에 대한 질문에 42%는 미국을, 32%는 중국을 꼽은 가운데 남미 모든 나라와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 국민은 미국을 지목했으나, 유럽연합(EU) 10개국 가운데 7개국은 중국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국민도 미국 대신 중국을 가리켰다.

아시아에서 특히 호주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지만 2대 1의 비율로 중국을 세계 경제 주도국으로 더 많이 꼽았다. 호주는 대중 호감도에서도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중국이 호주의 경제 버팀목일 정도로 최대 교역국인 사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세계 경제 주도국이라고 지목한 응답은 한국 국민이 66%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많게 나타났다. 미국인도 미국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5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외에 일본(62%), 이스라엘(52%), 베트남·헝가리(51%) 국민이 미국 국민과 같거나 그보다 더 많이 미국을 지목했다.

지난 10여 년 사이 미국의 상대적 경제력에 대한 평가는 하락 추세를 보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의 점진적 회복세에 따라 상승세로 돌아서는 듯했으나 올해 조사에서 다시 반전돼 독일, 영국, 스페인 등에선 중국이 다시 미국을 제치고 주도국으로 인식됐으며,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에서도 중국을 지목한 응답이 많이 늘어났다고 퓨리서치는 밝혔다.

퓨리서치센터의 이 여론조사는 지난 2월 16일-5월 8일 38개국에서 4만1천9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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