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성중립적 표현 사용

런던 지하철 [EPA/FACUNDO ARRIZABALAGA=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런던지하철이 안내방송에서 '신사·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란 인사말 사용을 중단하고 성 중립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런던 교통정책을 책임지는 공공기관 런던교통공사(TfL)는 런던지하철이 안내방송 인사말로 기존에 사용하던 '신사·숙녀 여러분'이란 말 대신 '안녕하세요, 여러분'(Hello, everyone)이라는 성 중립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성 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승객이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런던의 다른 교통망 안내방송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마크 에버스 TfL 고객전략국장은 "우리가 안내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검토했다"면서 "런던의 엄청난 다양성을 반영해 완전히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성 소수자 그룹(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이 기존의 표현은 예의 바르기는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고 거의 1년 가까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 나왔다.

LGBT 그룹 '스톤월'은 "우리는 TfL이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성 중립적 방송을 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LGBT 그룹의 문제 제기는 평등권 운동가이자 트렌스젠더 여성인 에이미 챌리너가 스마트카트 지불시스템과 관련해 런던지하철 상담전화에 연락을 취했다가 겪은 불편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당시 챌리너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상담원은 그녀의 목소리가 "여성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챌리너는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칸 시장은 사과하면서 런던지하철에서 인식 제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고, 6개월 전 새로운 인사말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칸 시장은 영국 BBC방송에 "TfL은 활기차고 다양하고, 다문화 도시인 런던에서 운영된다"면서 런던 지하철 기관사들이 좀 더 중립적으로 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TfL은 이와 관련한 직원 재교육도 시작했다. TfL은 기관사들이 가끔 실수할지도 모르지만, 이 문제를 상기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 가운데는 '신사·숙녀 여러분'이라는 표현이 왜 잘못됐느냐고 의문을 표시하거나 런던에는 이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현안이 많다고 칸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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