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N 인터뷰서 "푸틴은 힐러리가 대통령돼야 더 좋아했을 것"

"힐러리 대통령 됐으면 에너지 가격 올라갔을 것"…'트럼프케어' 통과도 촉구

"장남-러시아 회동 며칠 전에 알아…푸틴에게 선거개입 의혹 추궁"

(워싱턴DC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회담 때 '사이버보안대'(Cyber Security unit) 창설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적국이자 지난해 미국 대선 때 해킹을 통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러시아와 그런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 사진은 G20 회의 참석을 마치고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 bulls@yna.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매우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와 백악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강력한 핵보유국이며 러시아도 그렇다. 모종의 관계를 갖지 않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독일 함부르크에서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장시간 회담한 게 좋은 신호이며 양국이 시리아 정전과 같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이슈들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의 내통 의혹 등 '러시아 스캔들' 파문에도, 푸틴 대통령과 관계 강화를 강하게 희망하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군에 대해 자신이 계획한 만큼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아닌 클린턴 후보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했어야 더 좋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며, 내가 군을 엄청나게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만약 힐러리가 이겼으면 우리의 군은 심하게 약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래서 내가 '왜 푸틴이 나를 원하겠는가?'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나는 취임 첫날부터 강한 군대를 원했고, 푸틴은 그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다면 에너지 가격도 훨씬 비싸졌을 것"이라며 "취임 첫날부터 나는 프래킹(fracking·셰일오일 추출 기술)을 비롯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에너지를 자급하고 수출까지 할 것이며, 이는 푸틴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로서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돼 풍력발전기나 지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새 건강보험법안 '트럼프케어'의 조속한 통과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케어의 상원 통과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것은 너무 끔찍해서 생각하기도 싫다"며 "나도 분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화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정한 '오바마케어' 철폐를 위한 공화당 의원들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가 빈곤층 의료보장 확대 등에 사용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없애고,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로이터통신과도 인터뷰를 하고 최근 미 정가를 뒤흔든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러시아 내통 의혹도 적극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측 인사를 만난 사실을 며칠 전에서야 알게 됐다면서 이 일로 아들을 나무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분에 불과한 만남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만남을 가졌을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 많은 정치인들이 얘기하기를 '누구나 다 그리 했을 것'이라고 한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총 2시간이 넘는 회담 시간 중 처음 20∼25분을 미 대선 개입 문제에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 기간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추궁하지 못했다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 개입을 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두번이나 물었고, 푸틴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절대로 아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이 끝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나는 우리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을 두 차례 강력히 압박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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